남은 토마토의 무한 변신, 샐러드가 지겨울 때 시도해 볼 이색 레시피

냉장고 야채칸을 열 때마다 저와 눈이 마주치는 애증의 식재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토마토예요. 건강에 좋다는 말에, 혹은 예쁜 색감에 이끌려 한가득 사 오지만, 막상 매일 챙겨 먹기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샐러드, 파스타 소스, 볶음 요리… 돌려 막기를 시전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몇 알은 물렁해져 버리기 일쑤죠. (저만 그런 거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하지만 이 평범하고도 익숙한 토마토가 사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변신의 귀재’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매번 먹던 방식에서 벗어나 조금만 용기를 내면, 완전히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답니다. 오늘은 ‘이걸로도 요리가 된다고?’ 싶은, 남은 토마토를 구원해 줄 아주 특별한 레시피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우아한 보존식, 토마토 콩피

콩피(Confit)는 프랑스 전통 요리법 중 하나로, 재료를 기름에 담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익히는 방식을 말해요. 보통 오리고기나 돼지고기로 많이 만들지만, 토마토로 만들면 그 풍미가 정말 상상 이상이랍니다. 특히 살짝 물러지기 시작한 토마토를 활용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요.

만드는 법은 놀랄 만큼 간단합니다. 방울토마토나 큼직하게 썬 토마토를 오븐용 그릇에 담고, 토마토가 잠길 정도로 올리브 오일을 넉넉하게 부어주세요. 그리고 통마늘, 좋아하는 허브(로즈마리나 타임), 소금, 후추를 넣고 120도 정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1시간에서 1시간 반가량 천천히 익히면 끝이에요. 오븐이 없다면 약불로 뭉근하게 끓여도 괜찮아요.

이렇게 완성된 토마토 콩피는 수분이 날아가고 맛이 농축되어 아주 진하고 달콤한 맛을 냅니다. 토마토를 건져 파스타에 넣거나, 바삭하게 구운 빵 위에 올려 브루스케타로 즐겨보세요. 치즈와 함께 곁들여도 훌륭한 와인 안주가 되죠. 남은 오일은 토마토 향이 배어 있어 샐러드드레싱이나 다른 요리에 활용하면 그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답니다.

중동의 맛, 든든한 브런치 샥슈카

요즘 브런치 카페에서 아주 핫한 메뉴죠? 샥슈카(Shakshuka)는 토마토와 고추로 만든 소스에 달걀을 넣어 익힌 중동 지역의 요리예요. ‘에그 인 헬(Egg in Hell)’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죠. 만들기가 어렵지 않으면서도 비주얼이 근사해서 손님 초대 요리로도, 주말의 특별한 한 끼로도 제격입니다.

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다진 양파와 마늘을 볶다가, 큼직하게 썬 토마토를 넣고 푹 익혀 소스를 만들어주세요. 이때 파프리카 가루나 큐민 같은 향신료를 조금 넣어주면 현지의 맛을 더할 수 있어요. 소스가 걸쭉해지면 중간에 홈을 파서 달걀을 톡 깨뜨려 넣고, 뚜껑을 덮어 반숙으로 익혀주면 완성입니다.

따끈한 샥슈카는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바게트나 피타 브레드를 곁들여 소스에 푹 찍어 먹으면 정말 든든하고 맛있어요. 토마토의 새콤함과 달걀의 고소함, 그리고 향신료의 이국적인 풍미가 어우러져 입맛을 확 돋워준답니다. 냉장고 속 시들해져 가는 토마토를 대량으로 소비하기에 이만한 메뉴가 또 있을까요?

상상 초월의 달콤함, 토마토 잼

토마토로 잼을 만든다고 하면 딸기잼이나 사과잼처럼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다들 의아해하더라고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토마토 잼은 한번 맛보면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아주 특별한 맛을 지녔습니다. 새콤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만드는 법은 다른 과일잼과 비슷해요. 토마토는 십자로 칼집을 내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잘게 썰어줍니다. 그리고 토마토 무게의 절반 정도 되는 설탕과 레몬즙을 넣고 약불에서 천천히 졸여주면 돼요. 이때 계피 스틱이나 바닐라 빈을 함께 넣고 졸이면 훨씬 더 고급스러운 풍미의 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완성된 토마토 잼은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이나 담백한 크래커와 정말 잘 어울려요. 요거트에 섞어 먹어도 맛있고, 심지어 샌드위치에 소스처럼 활용해도 좋답니다. 붉은 토마토 대신 노란 대추토마토로 만들면 색감도 예쁘고 단맛도 더 강해져요. 처치 곤란이었던 토마토가 이렇게 근사한 잼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요리하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기분입니다.

매일 보던 익숙한 식재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남은 토마토를 보며 더 이상 한숨 쉬지 마세요. 오늘 소개해드린 레시피들이 여러분의 주방에 작은 영감이 되어, 식탁 위를 더욱 풍성하고 즐거운 이야기로 채워주길 바랍니다.